약속시간보다 20분이나 이르게 도착해 버렸다. 싸락눈이 내리던 이 날, 나는 교토에서 와 준 친한 지인의 소개로 여기 TWO ROOMS에서 식사를 하기로 했다.
예약시간보다 많이 이르게 도착해 버렸기에, 아직 자리로 안내되지 않고, 바를 겸한 라운지 스페이스에 자리를 잡았다. 아오야마스러운 세련되고 멋진 분위기의 인테리어는 한 단계 위의 어른들만이 즐길 수 있는 고급스러운 세계로 이끄는 느낌이 들었다. 빌트인 형식의 깔끔한 와인셀러에는 도대체 몇 병의 와인이 잠자고 있는 걸까? 대낮부터 와인에 취할 만한 입장은 아니고, 그런 "근심걱정 없는" 생활은 분명 정상적인 밸런스를 깨 버리므로….
객관적으로 내가 지금 자리하고 있는 곳이 어른의 영역이라는 점이 왠지 겸연쩍은 느낌이 들었으므로, 기다리는 시간에 건네 받은 음료 메뉴 중에서 레몬 스캇슈를 주문해 생각과 감각을 리프레시해 보았다. 산미와 감미를 꿰뚫고 있는 듯한, 약간 씁쓸하면서도 "달지 않은" 레몬 스캇슈는 역시 어른의 맛이었지만, 조금 강한 탄산이 여분의 잡념을 털어내 주었다.
예정된 시간을 5분 남겨두고 지인이 나타났다. 오랜만에 만난 지인은 어른스러운 여성으로 변해, 아름다운 누님을 앞에 둔 어린 남자아이처럼 이쪽이 뭔가 부끄러울 정도였다.
그릴이 준비된 다이닝룸으로 안내되어 테이블에 앉으니 재빠른 손놀림으로 웨이터로부터 메뉴를 건네 받았다. 일요일이었던 이 날은, 평일이었다면 런치 코스를 소개받았겠지만 토.일.축일은 브런치 메뉴로서 구성도 조금 특별했다.
브런치 코스(2950엔) 의 구성은 전채와 메인 요리, 그리고 음료로 메뉴에서 각각 선택할 수 있다. 이 날 저혈압이었던 내가 고른 메뉴는 스위스 뮤즐리라는 과일과 견과류가 들어간 시리얼과, 메인으로 좋아하는 햄버거를 선택했다.
주문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수제 포카치아와 조금 찌릿한 자극을 주는 양질의 올리브 오일이 나왔다. 포카치아는 쫄깃한 식감과 함께 향이 풍부한 올리브 오일과 잘 어울렸다.
아침에는 그다지 잘 먹지 못하는 사람이라도 스위스 뮤즐리는 무리 없이 입으로 들어갈 것 같다. 요거트보다는 우유에 가깝고 판나코타보다는 달달한 소스에 딸기의 빨간색, 그리고 씹는 맛이 좋은 뮤즐리는 이유 없이 반항적인 부끄럼쟁이인 나에게 매우 적절했던 요리로 기억된다.
특히 여기에 적어 두고 싶은 것은, 메인 요리의 100% 비프 햄버거에 대해서다. 그릴 요리가 주인 TWO ROOMS에서도 추천 메뉴 중 하나인 볼륨 넘치는 햄버거는 미디엄 레어의 패티와 신선한 야채가 가득 들어간, 성장기 소년이라도 만족할 듯한 다이나믹한 요리였다. 한 입 물기도 힘들 정도이므로, 우아한 척 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기에, 나이프와 포크를 써서 먹기 시작했다. 다 먹어 갈 때쯤에는 이미 배가 빵빵! 그렇지만 맛도 볼륨도 만족! 햄버거를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참을 수 없는, 납득이 가는 훌륭한 맛이었다.
하지만 잊어서는 안 된다. 지인과 반씩 나누어 먹은 블랙 앵거스 스테이크의 치아바타 샌드위치도 또한 입을 즐겁게 한다. 이쪽도 불 조절이 절묘한 육즙이 넘치는 스테이크에, 풍성한 야채가 매우 맛이 좋았다. 그리고 지인과 함께 "너무 맛있지~","그러게~","진짜~" 하고 공감해 가면서 즐거워하는 그러한 대화도 또한…
여자 2명이서 먹기에는 너무 볼륨이 넘칠지도? 라 생각되는 메뉴를 골랐지만, 남자들에게도 물론 고기를 즐기는 여성에게도 추천한다. 아오야마라는 장소의 분위기와 멋있는 척 하는 이미지가 있을 것 같지만, 이 곳은 세련되면서도 문득 생각났을 때 훌쩍 가서 식사할 수 있는 편안한 감각이 어른의 여성을 노린 것일까 하고 생각된다. 점원들도 싹싹하고 예의바른 사람들이므로 안심하고 식사를 즐길 수 있다.